느려요

느려요 마주 보는 시간 그윽하고 곱게 머금던 말

푸른 하늘과 살구빛 가득 햇살을 받아도

빨리 식고 말 거예요 무너지고 말 거예요

나는 너무 약하기만 해

도망치고 말 거예요 해맑은 미소가 두려워

내 숨을 조여요

느려요 오고 가는 대화 잔잔하고 옅게 퍼지던 날

까맣게 고인 빈 잔 하얀 먼지마저 얽혀도

금세 숨고 말 거예요 멀어지고 말 거예요

나는 또 움츠리기만 해

손을 뻗고 말 거예요 짙바랠 내일이 너울져

내 맘이 말라요

말하고 싶은 사람들 볼 맡에 감춰둔 표정

조심스레 꺼내다 몰래 두르는 기억