풍경의 속도

한밤중 달리는 버스에서 바깥을

멍하니 바라보던 순간의

도로 위 어디선가

스쳐간 수많은 가로등이 서있는

그 뒤로 누구보다

조용히 흐르는 낯선 도시

언젠가 순수히 떠올랐던 걱정은

어느새 녹아내려

발 밑을 서서히 채우고선

익숙한 풍경이 환상으로 흘러가

느려진 시야 위에

마음을 맡겨도 괜찮을까

나는 여기가 어딘지 몰라

어디로 가는지 관심 없던 과거가

나를 이곳에 데려온 거야

풍경의 속도가

미래를 가리워줄 테니까

난 낯선 도시를 바라보며 멍하니

도착할 곳 없는

아주 긴 이 도로 위에서

과거가 나를 기다려 줄 때까지

풍경의 속도로

풍경의 속도로

풍경의 속도로

나는 여기가 어딘지 몰라

풍경의 속도로

어디로 가는지 관심 없어

풍경의 속도가 미래를 가리워줄 테니까

난 낯선 도시를 바라보며 멍하니

도착할 곳 없는 아주 긴 이 도로 위에서

과거가 나를 기다려 줄 때까지